STORY · 安國藥房

전국을 떠돈 30년,
결국 처음의 냄새로 돌아왔습니다

김정만 셰프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대구의 약재골목이었습니다.

골목에는 늘 약재가 쌓여 있었습니다.

말린 뿌리와 나무껍질,
이름도 알 수 없던 열매들.

커다란 솥에서는 무언가가 하루 종일 달여졌고,
골목에는 쌉싸래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냄새가 배어 있었습니다.

어린 정만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그저 매일 걷던 골목이었고,
늘 맡던 냄새였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약재를 한 줌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정만아, 좋은 건 서두르면 제맛이 안 난다.
기다릴 줄 알아야 안에 있는 게 나온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김정만은 그 골목을 떠났습니다.

요리사가 된 뒤에는
전국의 수많은 주방과 매장을 거쳤습니다.

고기를 만지고,
불을 배우고,
수없이 굽고 또 구웠습니다.

그렇게 30년.

그 긴 시간 동안 놓지 않은 음식이
박포갈비였습니다.

좋은 고기를 찾았습니다.
불을 바꿔봤습니다.
시간을 달리해봤습니다.

그런데 오래 하면 할수록
고기와 불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아주 오래전에 맡았던 냄새가 떠올랐습니다.

약재였습니다.

안국약방 주방의 약재를 담은 항아리
약재

하지만 약재를 넣는다고
좋은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향이 강하면 고기를 덮었습니다.

좋은 재료라는 이유로
맛을 양보할 수도 없었습니다.

약재가 먼저 느껴지는 음식도 아니고,
약재를 썼다고 설명해야만 특별해지는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고기를 먹었을 때 맛있어야 했고,
그 뒤에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향과 깊이가 남아야 했습니다.

김정만 셰프가 말합니다.

좋은 약재를 한국의 맛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그게 가장 큰 무기라고 봤습니다.

김정만 셰프

어린 시절에는 너무 익숙해서 몰랐던 약재가
30년이 지나 새로운 답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가장 오래 다듬은 음식이
박포 생돼지갈비입니다.

누룩소금과 약재를 우린 물에
고기를 재웁니다.

정해진 시간은 168시간

처음부터 168시간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시간을 줄여보고,
늘려보고,

약재의 배합을 바꾸고,
다시 맛을 봤습니다.

맛이 지나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과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습니다.

수천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간이 168시간이었습니다.

놋쟁반에 오른 168시간 숙성 박포 생돼지갈비
168시간을 기다린 갈비

그리고 문득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좋은 건 서두르면 제맛이 안 난다.

어린 정만에게는 그저
약재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좋은 음식도 그랬습니다.

사람도 그랬고,
한 사람의 길도 그랬습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6년,
북촌에 문을 열며 이름을

안국약방이라 지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약재골목을 그대로 옮겨놓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30년 동안 요리하며 배운 것과
어린 시절부터 몸에 남아 있던 기억을
지금의 한식 안에서 다시 풀어내는 곳입니다.

안국약방 매장의 한자 라벨이 붙은 한약장
매장의 약장

안국약방의 주방은 지금도
김정만 셰프가 직접 총괄합니다.

숙성고를 열고,
약재의 배합을 정하고,

168시간을 기다린 고기가 숯불에 오르면
마지막 굽기까지 저희가 맡습니다.

손님이 굽느라
가장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자리에서 직접 구워드립니다.

안국약방 직원이 한약장 앞 화로에서 가위와 집게로 갈비를 자르는 모습
자리에서 굽습니다

곁에는 약선솥밥과 8첩약상을 차립니다.

갈비 한 점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한 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대구의 작은 약재골목에서 시작된 기억은
전국을 돌아 30년을 지나

서울 북촌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기다림’의 의미.

한 사람에게는 30년이 걸렸고,
한 점의 갈비에는 168시간이 걸립니다.

30년을 준비했고,
168시간을 기다려 내어드립니다.
안국약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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